마음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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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에 대한 절망감을 극복하는 법
글. 오윤선 교수
- 한국성서대학교 기초교양교육학과 (교육학박사/상담학박사)
한 청년이 대학 졸업 후 창업한 첫 사업에서 수요 예측 실패와 자금 부족으로 좌초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는 이를 교훈 삼아 시장 분석과 재정 관리 기술을 익히며 두 번째 사업에 성공적으로
도전했다. 그는 실패를 극복한 경험이 결국 그의 삶을 더 높은 도전으로 이끄는 디딤돌이 되었음을 깨달았다.
국내 유수 기업에서 근무를 하는 신입사원이 중요한 보고서를 작성하던 중 데이터 오류로 상사의 질책을 받게 되었다. 하지만 그는 실수를 교훈 삼아 데이터 확인 과정을 체계화하고, 동료와의 협업을
강화했다. 그는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차후 프로젝트에서 정확성과 신뢰성을 인정받으며 자신의 가치를 입증할 수 있었다.
실수와 실패의 사회적 비용
한국은 단 기간에 세계적으로 괄목할 만한 경제 성장과 문화적 영향력을 구축하며, 기술 혁신에서도 뛰어난 성과를 거두었다. 이제 한국은 국제 외교 무대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으며, 특히 K-POP, 영화, 드라마, 웹툰 등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통해 세계의 중심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눈부신 발전 속에서도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존재한다.
2000년대 이후 한국의 자살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두 배에 달하며, 안타깝게도 자살률 1위를 고수하고 있다. 또한 행복 지수와 출생률 등 주요 사회 지표
또한 저조한 수준을 보인다. 현재 한국인 중 100만 명이 우울증을 앓고 있으며, 최근 5년 사이 공황장애를 겪는 사람이 50% 이상 증가하여 20만 명에 달하였다. 이와
같은 수치는 현재 한국인이 겪는 높은 수준의 정신적 고통을 현저히 보여주며 일부 한국 사회의 병리적 현상을 가늠하게 한다.
한국 사회에 뿌리 깊이 내려있는 ‘최고가 아니면 실패’와 같은 사고방식 때문에 실패에 대한 사회적 비용은 과중되고 그 후유증 또한 상상을 초월한다. ‘1등만을 추구하는
강박’과 ‘타인을 앞서야만 하는 것’을 당연시하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실패나 실수에 대한 책임감은 개인의 사고를 경직시킬 수 있으며 파국적 사고(catastrophic
thought)라는 인지적 오류를 쉽게 일으키기도 한다.
인간은 본래 사회적 존재이기 때문에, 타인의 평가에 대하여 자유로울 수 없다. 자신이 기대한 결과를 얻지 못하거나 원하는 성과를 이루지 못하였을 때, 세상에서 도태되거나
버려질 수 있다는 유기불안(fear of abandonment)과 자신의 존재를 왜곡하거나 손상시키는 수치심을 느낄 수 있다.
특히 성공과 외부의 인정 등으로 공허함을 채우려는 사람에게 실패는 ‘단순한 실수’가 아닌 ‘치명적인 위기’가 된다.
인간에게는 자기 위로기능과 자기 비난기능이 존재한다. 자존감이 낮고 열등감이 강한 사람일수록 실패 상황에서 자기비난 기능이 더욱 활성화된다. 때문에 자신의 실패와 실수를
반추하며 스스로를 비난하고 처벌하게된다. 이들의 마음 속에서는 현실과는 동떨어진 심리적 고통의 세계가 펼쳐지며 종종 문제가 최악의 상황으로 확장된다. 이들에게 한 번의
실패는 마치 모든 상황이 끝난 것처럼 느껴지게 되며, 실패는 영원히 변치 않는 패배로 고착된다.
실패로 인한 절망감
인간은 본래 불완전한 존재이다. 당연하게도 익숙치 않은 새로운 영역을 탐험하는 과정에서 크고 작은 실수와 실패를 겪게 된다. 실패는 좌절감과 극심한 절망감(despair)을
일으켜 마음을 움츠러들게 만들고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유발한다. 실패는 자신감을 떨어뜨리고 의기소침하게 만들어 개인의 정서적·심리적 안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실패에 직면하게 되면 ‘나는 할 수 있다는 신념’인 자기 효능감(Self-efficacy)이 저하된다. 타인과 자신을 비교하며 절망감이 심화 되며, 자신이 세운 높은 기대와
현실 사이의 괴리로 인해 자기 패배의 늪에 빠지게 된다. 실패는 사회적 비난과 낙인을 초래하며, 이는 자존감을 약화하고 재도전을 두려워하게 만든다. 실패로 인한 절망감은
우울감과 무기력증을 이용해 사회적인 고립을 초래한다. 또한 수치심과 재도전에 대한 두려움을 유발하여 새로운 기회를 회피하게 하는 악순환을 만들 수 있다.
절망을 기회로 전환하기
인간은 실수와 실패를 거듭하며 성장해 나가는 존재이다. 실패를 기회로 삼고 이를 통해 자신을 발전시킨다면 실패는 성숙으로 나아가는 디딤돌이 될 수 있다. 같은 실패의 경험이라도,반응이 어떠한지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실패는 그 자체로 나쁜 것이 아니라, 실패를 통해 무엇을 배우느냐가 중요하다. 성공한 사람들은 실패를 피할 수 없는 과정으로 받아들이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도전에 집중한다. 실패 경험은 창의적인 해결책과 새로운 접근 방식을 찾는 밑거름이 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실패 극복을 위한 자기 분석
실패를 단순히 목표에 도달하지 못한 결과로만 바라보는 것은 제한적인 사고방식이다. 실패를 거울삼아 자신을 일으키기 위한 첫걸음이며, 이를 위해 객관적인 자기 분석이
선행되어야 한다. 자기 분석은 자신의 행동, 감정, 사고 과정을 이해하고 평가하는 과정이다. 이를 통해 실패의 원인을 명확히 파악하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대비할 수
있다.
실패의 원인을 분석할 때에는 내적 요인(예: 준비 부족, 비현실적인 목표 설정)과 외적 요인(예: 예상치 못한 환경 변화) 모두를 균형 있게 살펴보아야 한다. 예를 들어,
직장에서 프로젝트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을 때 비효율적인 업무 수행 방식, 부족한 준비 시간, 갑작스러운 장애요인 등을 모두 검토해보아야 한다.
또한, 실패 후 나타나는 극심한 좌절감, 분노, 두려움 등의 감정적 반응을 인지하고 객관적으로 감정분석을 시도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는 부정적인 감정에서 벗어나서 보다
건설적인 태도로 전환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함이다. 외부의 전문적인 피드백을 받아 자신의 강점과 약점을 명확히 이해하고 발전 계획을 수립하는 것도 중요하다.
실패를 받아들이는 훈련
실패를 받아들이는 연습은 마음의 짐을 덜고 현실적인 기대를 가지는 데 도움을 준다. 스스로에게 친절을 베풀고 재도전의 용기를 가지며, 실패는 누구나 겪는 과정임을 이해해야
한다. 우리 모두는 실패했을 때 자신을 지나치게 비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스스로에게 너무 가혹한 태도를 취하지 않고 "괜찮다"고 말해주는 것은 자존감을 지키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실패를 경험한 뒤 다시 도전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만, 이를 시도하는 용기는 성장을 위한 필수적 요소이다. 실패를 받아들이는 태도는 자기
확신(self-confidence)을 강화하고 내면의 두려움을 극복하게 한다.
미군 해병대 퇴역 장교인 콜먼 미첼의 사례는 이를 잘 보여준다. 그는 비행 사고로 피부의 65%가 손상되는 심각한 화상을 입어 16번의 대수술을 받았다. 수술 후 신체적인
한계를 크게 느낀 콜먼 미첼은 절망하지 않고 꾸준히 재활치료를 받아 6개월 후에 다시 비행기를 탈 수 있는 몸을 만들 수 있었다. 그러나 4년 후, 그가 탄 비행기가
활주로에서 떨어지면서 33개의 척추뼈 중 12개가 부서지고, 하반신까지 움직일 수 없는 몸이 되었다. 반복되는 절망적인 상황에 무너질만도 하였지만, 그는 끝없는 도전과 노력
끝에 콜로라도의 한 마을의 대표가 되었고, 후에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하여 다음과 같은 내용의 연설을 하였다. "저는 두 번이나 큰 좌절을 겪었습니다. 그러나 한 발자국
떨어져서 제 삶을 되돌아보니, 그리 큰 좌절은 아니었습니다. 저는 이 두 번의 좌절을 노력을 포기하는 구실로 삼지 않았습니다. 하반신이 마비되기 전에는 만 가지 일을 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9,000가지의 일만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제가 더 이상 할 수 없는 1,000가지 일에 마음을 빼앗기지 않고, 이제는 할 수 있는 9,000가지 일에만
집중하고자 합니다."
이처럼 인간은 연속되는 실패의 경험으로 무기력에 빠지기도 하지만, 결국 실패를 극복하고 회복할 수 있는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존재이다. 한 발자국 물러서서 세상을 다시
바라보자.
절망을 극복하기 위한 회복 탄력성을 키우기
몸을 지탱하기 위해 근육이 필요하듯, 절망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마음의 근육인 회복 탄력성(resilience)이 필요하다. 회복 탄력성은 사람이 극심한 어려움이나 심리적
고통을 겪었을 때 이를 극복하고 삶의 균형을 되찾는 능력을 의미한다. 이는 단순히 부정적인 사건에 무감각하거나 저항하는 것이 아니라, 절망 속에서도 감정을 조절하고,
긍정적인 태도를 유지하며 문제 해결을 위한 능동적인 태도를 보이는 능력이다.
마음챙김(mindfulness)과 자기자비(self-compassion) 훈련은 회복 탄력성을 강화하는 데 유용하다. 작은 목표를 성취하며 자신감을 키우는 것도 효과적이다.
사회적 지지와 멘토링
주변 사람들의 지지는 실패 극복에 큰 힘이 된다. 실패의 충격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자신을 지지해 줄 수 있는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는 등 함께 하는 시간을 보내고 주변의
인적 자원을 통해 정서적 지지와 조언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비슷한 경험을 겪은 멘토의 조언은 실패를 바라보는 시각을 넓혀주고, 새로운 해결책을 찾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멘토와의 정기적인 만남을 통한 동기 부여와 방향성 제시 또한 어려움을 극복하는 과정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실패는 성장과 성숙을 위한 불가피한 과정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자기 분석, 회복 탄력성 강화, 그리고 사회적 지지가 핵심적이다. 실패는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는 기회이자
더 나은 자신으로 도약하기 위한 밑거름이며, 교훈을 제공하는 소중한 경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