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건강 사이렌
본문
근로자의 휴식권: 시간과 공간
글. 김숙영
- 을지대학교 교수, 한국직업건강간호학회 회장
서론
좋은 직장의 가장 기본적인 요건 중 하나는 안전하고 편안한 근무환경이다. 근로자가 자신의 역량에 맞춰 일하고 쉴 수 있는 적절한 근무환경과 휴게시간, 휴게시설을 제공하는 것은 근로자의 안전과 건강을 위해 필수적이다. 이를 반영하여 2021년 8월 17일, 사업주의 근로자 휴게공간 설치 의무를 명시한 법안이 신설되었으며, 2022년 8월부터 시행되었다. 기존에도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을 통해 사업주가 근로자의 신체적 피로와 정신적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도록 휴게시설을 마련하도록 규정하고 있었으나, 법적 의무가 아니어서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이 지속되어 왔다. 이에 근로자의 휴식 관련 법령과 휴게시설 설치 실태를 살펴보고자 한다.
근로자의 휴식 관련 법령
01휴식시간
근로기준법 제54조에 따르면, 사용자는 근로시간이 4시간인 경우에는 30분 이상, 8시간인 경우에는 1시간 이상의 휴게시간을 근로시간 중에 부여해야 하며, 근로자는 이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02휴게시설
산업안전보건법 제128조의2에 따라, 사업주는 근로자(관계수급인의 근로자를 포함)가 신체적 피로와 정신적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도록 휴식시간에 이용할 수 있는 휴게시설을 갖추어야 한다. 또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해당하는 사업장의 경우, 휴게시설을 설치하고 적절히 관리해야 한다. 이를 위반하여 휴게시설을 설치하지 않을 경우 최대 1,5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되며, 설치․관리기준을 준수하지 않을 경우 최대 1,0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휴게시설 의무 설치대상 사업장의 기준은 다음과 같다.
- 상시근로자(관계수급인 근로자 포함) 20명 이상을 사용하는 사업장
- 건설업은 해당 공사의 총공사금액이 20억원 이상인 사업장
- 상시근로자 10명 이상 20명 미만을 사용하는 사업장으로 아래 7개 취약직종 중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직종의 상시근로자가 2명 이상인 사업장 ① 전화상담원 ② 요양보호사 및 간병인 ③ 노인 및 장애인 돌봄 조사자 ④ 텔레마케터 ⑤ 배달원 ⑥ 청소 관련 종사자
⑦ 아파트 경비원 ⑧ 건물 경비원
03휴게시설 설치․관리기준
산업안전보건법 시행규칙에서 정하는 휴게시설 설치관리기준은 다음과 같다.
구분 | 점검항목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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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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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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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 온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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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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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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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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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구 및 비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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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구 및 비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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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위 규정에 따른 휴게시설 설치ㆍ관리기준의 일부를 적용하지 않음.
- 사업장 전용면적의 총합이 300m2(90평) 미만인 경우: 크기, 위치 기준
- 작업장소가 일정하지 않거나 전기가 공급되지 않는 등 작업특성 상 실내에 휴게시설을 갖추기 곤란한 경우로서 그늘막 등 간이 휴게시설을 설치한 경우: 온도, 습도, 조명, 환기 기준
- 건조 중인 선박 등에 휴게시설을 설치하는 경우: 습도 기준
04관계수급인을 위한 휴게시설
산업안전보건법 제64조에 따르면, 도급인은 관계수급인의 근로자가 자신의 사업장에서 작업할 경우 휴게시설, 세면·목욕시설, 세탁시설, 탈의시설, 수면시설 등의 설치에 필요한 장소를 제공하거나, 도급인이 이미 설치한 위생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협조해야 한다. 이를 위반할 경우 최대 1,50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휴게시설 설치 실태
01휴게시설 설치율
조사 대상 사업장 중 82.6%가 휴게시설을 설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종별로는 폐기물업의 설치율이 95.1%로 가장 높았으며, 기타 서비스업이 68.6%로 가장 낮았다. 또한, 사업장의 규모가 클수록 설치율이 높아지는 경향을 보였는데, 100인 이상 사업장의 설치율은 96.1%로 가장 높은 반면, 20인 미만 사업장은 61.2%로 가장 낮았다.
건설업에서는 총 공사금액이 클수록 휴게시설 설치율이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다. 공사금액이 50억 원 이상인 현장의 설치율은 98.7%였으나, 20억 원 미만인 경우 42.1%에 그쳤다. 한편, 상시근로자 20인 이상 사업장과 공사금액 20억 원 이상인 건설현장은 휴게시설 의무 설치 대상이다. 이들 사업장 중 폐기물업의 설치율이 96.7%로 가장 높았으며, 숙박·음식업은 77.5%로 가장 낮았다. 또한, 공사금액이 20억 원 이상인 건설현장의 휴게시설 설치율은 93.1%로 조사되었다.
상시근로자가 20인 미만이라도 경비원이나 청소원 등 취약 직종 근로자가 2명 이상인 10인 이상 사업장의 경우 휴게시설 설치 의무가 적용된다. 이를 준수하고 있는 사업장의 비율은 67.9%로 나타났다.
02 휴게시설 관련 법령 인지율
업안전보건법에 따라 휴게시설을 설치해야 함을 알고 있는 사업장은 72.4%였다.
03 휴게시설 관리기준 준수율
휴게시설을 설치한 사업장의 16개 관리 기준별 준수율은 최저 86.3%에서 최고 98.6%까지 나타났다. 비교적 준수율이 높은 항목으로는 ▲ 적정 조명을 유지할 수 있는 기능을 갖추고 있음(98.6%), ▲ 천장 높이가 2.1m 이상임(98.5%), ▲ 이용하기 편리하고 가까운 곳에 위치하고 있음(98.3%) 등이 있었다. 반면, 준수율이 낮은 항목으로는 ▲ 휴게시설을 관리하는 담당자가 지정되어 있음(89.2%), ▲ 휴게시설 외부에 알아볼 수 있는 표지가 부착되어 있음(86.3%) 등이 확인되었다.
맺으며
조사 결과, 휴게시설 설치율과 법령 인지율은 아직 낮아, 휴게시설의 설치와 법령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해 교육과 홍보가 필요하다. 또한, 근로자들이 눈치 보지 않고 자유롭게 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노력도 중요하다. 이를 위해 회의실, 탈의실, 교육장 등 다른 용도로 활용되는 휴게공간을 최소화하고, 불가피하게 병행 사용할 경우 사용 시간을 구분하는 등 명확한 운영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제조업 및 소규모 사업장, 생산직·저임금 노동자일수록 휴게시설 이용률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연구(박준도, 2022. 서울디지털 산업단지 휴게시설 실태 및 공동휴게실 활성화 방안)는 휴게시설 부족 시 그 피해가 저임금 노동자 등 취약계층 근로자에게 더욱 직접적으로 미친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에 따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영세 소규모 사업장 및 취약 직종 근로자를 대상으로 휴게시설 설치 지원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보조금, 컨설팅, 시설 개·보수 지원 등 다양한 정책 수단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또한, 대기업과 협력업체(하청업체) 간 상생 협력 모델을 구축하여, 대기업이 협력업체의 휴게시설 설치를 위한 재정 및 기술적 지원을 제공하고 우수 사례를 공유하는 방안을 마련할 수 있다. 이러한 다각적인 지원은 결국 근로환경 개선과 노동권 보장에 기여할 것이다.